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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Reuters. (칼럼)-기재부ㆍ한은 디플레이션 방어 논리에서 빠진 것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 을 수 있습니다.) 서울, 9월3일 (
© Reuters. (칼럼)-기재부ㆍ한은 디플레이션 방어 논리에서 빠진 것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
을 수 있습니다.)
서울, 9월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
년 동월 대비 0.04% 하락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 가능성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이미 공식화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당시 금융통화위원
회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2~3개월 동안 소비
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기저효과가 크기 때문에 디플레이션까지는 우
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기획재정부는 발 빠
르게 움직였다. 지표가 발표되는 3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과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참석하는 '거시정책협의회'를 공개 일정으로 잡았다.
이날 물가 발표 후 디플레이션 관련 기사가 쏟아질 것에 대비한 선제
적 포석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차관과 윤 부총재는 시종일관 '국내 경제가 디
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차관은 공급측 요인의 가격 하락이 8월 물가 상승률을 0.74%p
낮췄는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예년(과거 3년 평균) 수준의 상승
률을 기록했다면 8월 물가 상승률은 1% 중반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밝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4.6% 상승한
반면 올해 8월에는 7.3% 하락했고, 국제유가도 작년 8월 배럴당 73달
러였지만 올해 8월에는 59달러까지 하락해 물가 상승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 부총재는 이날 발표된 2분기 국민계정에 따르면 2분기 GDP
디플레이터가 (전년 동기 대비) -0.7%로 나와 1분기보다 마이너스폭
이 확대됐지만 내수 디플레이터는 전기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내수 부분 물가 움직임이 디플레이션과 차이를 보였다며 역시 디플
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공급 요인‧기저효과 반영됐다는 8월 물가..이미 예상했는데 왜
마이너스 나왔나 의문
디플레이션은 통상적으로 물가 수준의 하락이 자기실현적(self-f
ulfilling) 기대 경로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되는 현
상을 지칭한다.
한은은 현재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 중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품목 수의 비중이 여전히 제한적이고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인 2% 수준에서 움직임에 따라 자기실현적 물가 하방 압력
을 어느 정도 제어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최근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수요측 요인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약세 등 공급 측면에서의 일시적 요인과 정부 복지정책
강화와 같은 제도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1990년대 중반 저물가와 함께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했던 일본 경
제와 한국 경제는 다르다는 게 기재부와 한은의 공통된 입장이다.
하지만 기재부와 한은의 방어 논리에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먼저 공급 요인과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는
한은은 지난 1월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1.4%를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1.7%보다 0
.3%p나 하향 조정한 전망치였다. 그럼에도 1.4%라는 수치에 상방 편
향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교 무상교육 시행, 지난해 하반기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했느냐는 지적에 대해
당시 한은은 1.4%가 이를 반영한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유가 전제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월에 올해 물가 상승률
1.4%를 예상할 때 한은의 유가 전제치는 64달러 수준이었다. 기재부
가 설명한 대로 8월 유가가 59달러까지 하락해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고 해도 한은이 연초에 예상했던 수준보다 크게 낮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기재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이 정도까지 떨어질 것
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총수요 둔화에 따른 경기 요인이 최근
의 물가 하락에 점차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
▲1990년대 일본과 2018년 한국의 GDP 디플레이터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요 논거 중 하나
는 GDP 디플레이터의 움직임이다. 한국의 2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
년 동기 대비 0.7% 하락해 지난해 4분기 0.1%, 올해 1분기 0.5%에 이
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은 GDP 디플레이터 부진의 원인을 수출에 두고 있다. 수출
디플레이터가 -2.0%로 역성장하면서 GDP 디플레이터를 끌어내렸다는
진단이다. 반면 내수를 의미하는 최종 소비지출 디플레이터는 2분기
에 1.0% 올랐고 이중 가계소비 디플레이터는 0.8% 올랐다.
가계소비 디플레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일본의 사례 때문이다. GD
P 디플레이터의 중요 구성요소 중 하나인 가계소비 디플레이터는 199
5년 이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당시 소비자물가와 거의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 윤 부총재가 내수 부문 디플레이터를 언급하며 디
플레이션 상황과의 차이를 짚어준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1990년대 당시 일본 소비자물가와 GDP 디플레이터 움직임
을 보면 GDP 디플레이터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표) 일본의 CPI와 GDP 디플레이터(전년 동기 대비 %)
71-75 76-80 81-85 86-90 91-95 96-00 01-05 06-09
CPI 11.6 6.5 2.5 1.2 1.3 0.0 -0.4 0.0
GDP defl 10.4 5.5 1.5 1.2 0.7 -0.9 -1.3 -0.9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내수 디플레이터와 연동해 움직이는 가운데
GDP 디플레이터의 하락폭이 더 컸다는 의미는 고정자본투자 디플레
이터와 수출 디플레이터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했다는 의미기도
현재 한국처럼 수출 디플레이터 하락이 GDP 디플레이터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해서 일본과 우리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만 볼 수는 없
다는 뜻이다.
▲한국 소비성향 일본보다 강하긴 하지만..경제 활력 제고 필요
어떤 의미에선 1990년대 중반 일본보다 2019년 현재 한국의 소비
성향이 더 강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1990년대 일본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붕괴 이후 사회 전반에 미
래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들이 소비
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서 부채 축소에 나섰고 그 결과 소위 '대차
대조표 불황'이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경우 부동산 불패 신화가 아직 건재하고 소비성향이
유지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용어가 확산될 정도로 청년 세대들은 미래에 구애되지 않고 오늘을
즐기는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일본과 현재의 한국 사이에 내수 부문 디플레이터 등에
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사회 가족 구성의 변화, 젊은 세대들의 인
식 변화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자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과도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두려
움이 사회 전반의 소비성향을 위축시키고 자기실현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부분에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일본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디플레이션이라는 거창한 개념에 한국 경제가 들어맞느냐 아니냐
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됐음에도 국내 경제가 '활황
'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의 한국 경제를 설명할 때는 디플레이션보다는 인구 고령화
에 따른 저축성향 강화, 기업의 투자부진 등에 따른 영속적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이 더 들어맞을 수 있다.
결국 성장률이 떨어지면 물가는 떨어지게 돼 있다. 물가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어떤 임계점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게 결국 디플레이션도 막고 일본화도 막는
첩경일 것이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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